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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치다-녹색정치를 시작하며

[충남녹색당 창당 선언문_농민의 목소리] 

하루 내내, 밤중 내내, 모든 일은―당신의 일, 우리의 일, 그들의 일은
모두 정치이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조금 길게 보면 100년, 짧게 보면 지난 50년간 우리사회는 이른바 근대화―산업화, 공업화, 도시화, 서구화를 추구해왔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지난 50~100년 동안 “비농업화” 또는 “반농업화”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는 것을 뜻하며, 그 최종적 결과는 지금 후쿠시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 불가능한 사회”로 귀결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온갖 문제―금융 및 경제위기, 석유고갈, 기후변화, 핵발전소, 한미 자유무역협정, 4대강,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새만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수도권과밀현상, 구제역, 광우병, 입시교육 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는 모두 농업을 포기, 희생하고 오로지 “산업화―경제성장―개발”을 광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로 인해 초래된 문제인 만큼 그것은 기본적으로 “농업문제―녹색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난제가 바로 “농업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해야만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화―경제성장―개발”은 언제 어디서나 가난하지만 평화롭게 살던 민중의 생존―생활터전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민중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 유랑하는 난민이 되거나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후쿠시마 주민들과 4대강, 새만금, 평택 대추리와 제주 강정마을, 용산, 밀양 농민들은 바로 그러한 사례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후쿠시마 사태는 산업화―경제성장―개발의 반생명적, 반민주적, 반민중적, 비인간적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준 사례 중 하나입니다. 자기 땅에서 쫓겨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후쿠시마 지역의 풀뿌리 농민과 어민에게 닥친 이 어처구니없는 재앙은 우리 모두가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재앙입니다.
 우리 모두가 끔찍한 재앙을 피하고, 함께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산업사회를 극복하고 사멸 직전에 있는 농업, 농촌, 농민을 살려내야만 합니다. 후쿠시마 사태와 오늘의 경제위기는 “산업사회의 종말”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소농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자립 순환경제사회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만 합니다.
 소농 중심의 지역자립 순환경제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탈핵, 탈석유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핵발전을 단계적,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소규모 지역분산적인 자연에너지 생산을 장려해야 합니다. 또한 석유의존 농업에서 노동집약적 공동체 농업으로 전환해 가기 위한 실제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1퍼센트도 안되는 지배엘리트의 민중에 대한 수탈의 ‘자유’만을 보장하는 “자유무역”을 축소, 폐기하고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수출위주 경제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로 경제체질을 바꾸고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합니다.
 셋째, 경제위기시대의 민중들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자급, 자립, 자치의 지역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민기본소득제(국민배당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과밀인구를 분산하고 농촌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우선 5~10년 정도는 농촌주민에게 먼저 기초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기본소득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토건위주의 농업정책을 폐기하고 그것에 배정된 예산을 전용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녹색당은 우선 이 세가지 주요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탈핵․탈석유, 탈자유무역, 기본소득제”의 실현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여 가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녹색당은 국가와 자본과 지배엘리트의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작고, 연약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위의 세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정치를 혐오하고 외면하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고 선택입니다. 그 행동과 선택이 바로 지금의 부정의하고 부조리한 체제를 유지, 온존시키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을 우리는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 실제로 정치적 행동입니다. 우리 모두 작고, 힘없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유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녹색당이라는 “우애와 연민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힘을 모아 녹색정치를 시작합시다.
 
2012년 2월 26일
충남 녹색당 당원 장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