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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녹색당인가_하승수

여름울 2012. 1. 12. 00:15


《녹색평론》제122호 2012년 1-2월호에 실린 글을 옮겨왔습니다. 

조금 전 인터넷뉴스를 통해 정부가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것 21개에, 건설 중인 것 7개, 계획 중인 것 6개를 합치면 34개였는데, 이번에 8개를 더 지을 부지를 선정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가 42개나 들어서게 됩니다. 한미FTA를 비준해서 농업을 와해시키더니, 다른 나라들은 중단하고 있는 핵발전소를 두배로 늘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이명박 정부의 잘못으로 돌립니다. 한미FTA도, 핵발전소도 이명박 탓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한미FTA를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내용이 개악되었지만, 농업을 포기한다는 한미FTA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핵발전소 확대정책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정부도 핵발전을 확대해왔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이명박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들은 반성하지 않는 ‘민주정부’ 관련자들을 보면, 뒷맛이 씁쓸합니다.

 
생애 첫 정당, 녹색당
저는 지난 12월 2일부터 매일 서울의 광화문광장에서 신규핵발전소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1년이 되는 내년 3월 11일까지 1인시위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그와 함께 저는 저의 생애 첫 정당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합니다. 그동안 시민운동, 풀뿌리운동에 참여해왔지, 정당이니 중앙정치니 하는 것하고는 거리를 둬왔기 때문입니다. 진보정당조차도 저와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해서 가입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는 정당정치보다는 풀뿌리에서부터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회가 바뀌려면 녹색당 같은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앙정치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아주 절실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뿐만 아니라 정당과는 무관했던 많은 사람들이 왜 생애 첫 정당으로 녹색당을 선택하고, 녹색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고 있을까요?

사람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제가 녹색당에 참여하는 분들 모두의 생각을 대변할 처지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제 개인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그래도 저 같은 사람이 왜 녹색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변화시키려고 하는지에 관해 얘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후쿠시마가 보여준 것
저는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제가 살아온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폭발한 핵발전소를 식히기 위해 헬기로 물을 끼얹는 장면을 보면서, 그동안 “원자력은 안전하다”라고 얘기해온 수많은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 전문가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진실은 한순간에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30년 이상 유기농업을 해온 60대 농민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였습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직후에 일본정부가 후쿠시마산 채소 일부에 대해 출하정지 조치를 내리자, 그 농부는 “후쿠시마의 야채는 끝났다”고 중얼거린 후에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토양을 개량하고, 종자도 개량해서 좋은 양배추를 길러온 성실한 농부였습니다. 지역의 초등학교 급식에도 야채를 공급해왔다는 농부였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이렇게 한 농부의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아니 후쿠시마 지역의 농민들과 그 지역에서 희망을 꿈꾸어온 모든 사람들의 꿈에 대해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핵발전이나 화력발전 같은 대규모 발전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지역분산적이고 자급할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실천도 해왔습니다. 2003년도에 핵폐기장 문제로 고통을 겪은 전라북도 부안만 하더라도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고 유채를 심는 등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이런 노력들의 한계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노력들의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지킬 수 없고, 이 비윤리적이고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 삶과 공동체는 너무 큰 위기로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흐름을 바꾸려면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 흐름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힘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운동도 그렇습니다. 사회운동이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것은 타락하고 제도화되기 쉽습니다. 사회운동이 정치와 무관한 게 아닌데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은, 그 운동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개인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시민단체들과 시민운동가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치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에 핵발전을 폐기한 국가들의 사례들에 대해 나름대로 찾아봤습니다. 그 국가들에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풀뿌리운동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녹색당 같은 정당이 존재했습니다. 2022년까지 핵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2위의 핵발전 밀집국이지만 2025년까지 핵발전을 폐기하기로 한 벨기에에서도 녹색당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계에서 핵발전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인 프랑스에 관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전기생산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5퍼센트에 달하던 프랑스에서 이 비율을 50퍼센트로 낮추기로 하는, 야당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프랑스의 제1야당인 사회당은 핵발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녹색당이 야권연합의 전제조건으로 강력하게 요구해서 핵발전 비중을 줄이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은 정치의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사회의 흐름을 바꾸려면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엉뚱한 존재들에 의해 좌우되게 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동안 우리나라 국회에서 핵발전 문제를 가지고 국회의원들끼리 싸우고 대치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런 상태가 핵발전 추진세력들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입니다. 핵발전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다뤄지지 않으면, 일부 관료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경제적 이익집단들이 정책을 주무르면 됩니다. 반면에 독일 같은 나라처럼 핵발전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이슈가 되는 순간, 핵발전 추진세력들은 골치 아프게 됩니다. 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정책을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핵발전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들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핵발전 문제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1개 짓는 데 3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핵발전소를 누가 지을까요? 재벌 기업들이 짓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은 거대한 토목사업이자 정경유착의 고리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당들이 빠져있는 성장지상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간에 지금은 핵발전을 하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핵발전소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의 영역에서 이런 문제들이 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핵발전 문제뿐만 아니라 새만금, 4대강, 댐, 케이블카, 조력발전소, 골프장 등 지금도 현안이 되고 있는 토건사업 문제, 농업문제, 청소년·청년들의 삶의 문제, 평화, 소수자 인권 등의 의제들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정치란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결정도 정치라는 공간에서 내려지지만,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결정도 정치라는 공간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라는 공간에서 건강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가져야 합니다.

 
왜 녹색당인가
물론 외국의 녹색당을 이상화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외국의 녹색당들에도 문제가 있고, 변질됐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녹색’을 내세우는 정치세력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유럽에 있는 사회민주당이나 사회당 같은 진보적인 정당들도 처음에는 핵발전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들은 경제성장을 계속해야 한다는 성장주의에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복지에 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값싸 보이는 핵발전에 의존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나 미래에 떠넘길 부담 같은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극히 현세대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당장 자신에게 득이 되느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입니다. 예를 들면, 기존 정당들이나 정치인들에게 “핵발전을 중단하자”는 것은 인기 없는 얘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를 펑펑 쓰는 삶에 익숙해져 있는데, “지금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핵발전을 중단하자”는 얘기는 진보적인 정치인들조차 내세우지 않는 얘기입니다. 정당의 강령이나 정책에 한줄 언급하거나, 환경단체들이 질문을 하면 “나는 핵발전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피크오일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지만, 피크오일에 대비하는 것에 현재의 정치인들이 목을 맬 이유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불과 1~2년 후에 자신들이 권력을 쥐느냐, 내가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량위기나 농업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응하며,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도 농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불과 임기 5년의 대통령, 임기 4년의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매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 생색날 일이 없는 장기적이고 어려운 과제는 피해가는 것이 현재의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어려운 아이들이 방임되고 과도한 경쟁으로 아이들의 삶이 파괴되어도 정치인들은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 생색나는 정책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투표권도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답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당장의 권력이 아니라 20~30년 후의 사회를 위한 비젼과 가치를 가진 지속성 있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 정치세력이 지역과 일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선거정치만이 아니라 생활 속의 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정치세력이 일부 권력 지향적인 엘리트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反)정당의 정당이 필요
이런 발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녹색당입니다. 1980년대 초반 유럽에서 녹색당이 탄생할 때에, 녹색당은 기존의 정치, 기존의 정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새로운 정치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을 ‘반(反)정당의 정당’(anti-party party)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도 그런 대안적인 정치세력이 필요합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하나의 형식일 뿐, 정당이 지향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변화여야 합니다. 눈앞의 권력이 아니라 풀뿌리에서부터 정치적 힘을 키우는 데에 정당활동의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왜 꼭 정당이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20~30년 후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를, 정치라는 공간에서 얘기를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핵발전을 중단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것으로 초단기적인 정치공학에 매달려 있는 정당들과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표로써 위협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기후변화, 피크오일, 식량위기에 대응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그것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힘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누군가는 투표권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정치의 영역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마을에서 출발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대안을 정치의 영역에서 의제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정당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녹색당은 소수정당이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이슈들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녹색당이 일정한 득표를 하고 정치적인 힘을 가지면, 그 주장이 다른 정당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생긴 이후에 보수적인 정당들과 사민당이 핵발전과 관련된 정책들을 바꿨습니다. 녹색당이 상당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자 자신들도 입장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쥐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녹색당은 권력을 직접 쥐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꾸어왔고,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접근방식의 차이점입니다.

 
녹색당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
저도 녹색당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습니다. 저는 늦어도 2030년까지는 핵발전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2030년이라고 하면 상당히 먼 미래 같지만, 에너지정책을 전환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나간다는 것은 전기소비를 줄여나가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나가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독일 같은 나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20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탈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이 문제에 매달릴 수 있는 정치세력은 녹색당밖에 없습니다.

물론 2030년 탈핵을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시급한 일들도 있습니다. 우선 더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 건설 중인 핵발전소도 건설을 중단시키고 가동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폐쇄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당장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2012년 총선 전에 창당을 해서 이 문제들을 선거 쟁점으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농업과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농업이 살려면 농사지을 땅과 농사지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땅도 없어지고 사람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은 농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이 무너지면 우리의 생존 자체 가 위협받습니다.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농지와 농민이 있는 농업정책을 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농지를 정책적으로 보전해나가고, 농민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농민 기본소득이 가능하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재 농가 인구는 전체 인구의 5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계속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농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를 우리 공동체에 크게 기여하는 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갖가지 명목으로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고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토지보유세를 걷어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농촌에는 활기가 돌 것입니다.

이런 건 꿈이 아닙니다. 오히려 충분히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현재의 정치가 이런 것을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위해 지금 참여를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야권은 정권 교체가 화두입니다. 저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떤 정권 교체냐입니다. 그저 권력을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기는 정권 교체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정치입니다. 더이상 돈과 성장과 경쟁으로만 달리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파괴할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필요합니다. 비록 소수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20~30년 후를 내다보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당이라고는 안해본 사람들이 생애 첫 정당의 당원이 되겠다면서 모이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10월 30일날 발기인대회를 하고 본격적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 전에 창당을 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풀어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회의원 의석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탈핵’ 같은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법이 엉터리여서, 정당을 창당하려면 5개 이상 시·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이런 법 조항이 없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정당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쳐놓은 장벽입니다. 이 장벽을 넘어서서 녹색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녹색당(http://kgreens.org)에 참여해주십시오.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변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방관하거나 투덜거리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승수 ― 녹색당 창당준비위원.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저서로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등이 있다.

원본출처:《녹색평론》제122호 2012년 1-2월호 / 녹색평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