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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충남 녹색당 창당 발기인(당원)으로 참여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이자 평범한 농부인 장길섭이라는 사람입니다. 저도 대부분의 녹색당 발기인들처럼 생애 처음 정당이라는 것에 가입한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저도 권력지향적이고, 거짓말을 일삼고, 철저히 사익을 추구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패한 정치지배집단을 끔찍하게 혐오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때문입니다. 사고발생 직후 발전소 주변 30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농민, 어민들과 주민들이 그곳을 떠나 난민이 되어야 했고 일본의 국토 3분의 2가 각종 방사능에 오염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강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30여년 동안 유기농업에 종사하며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학교에 농산물을 공급하던 후쿠시마의 한 농민이 자살을 했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운명이 저 자신의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농민은 각종 방사능에 오염된 자신의 땅에서 다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고 즉각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습니까? 어제까지도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방사능 때문에 정든 집과 땅과 재산을 모두 버려두고 맨몸으로 어디론가 피난을 해서 영원히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다니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그 농민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면 저도 즉각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일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암과 백혈병 등으로 고통 받으며 살다가 서서히 비참하게 죽어갈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유럽에서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경험으로 이미 다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위험천만한 핵발전소가 일본에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에 무려 50여개가 가동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1개, 중국은 어떨까요? 이 작은 나라에 핵발전소가 하나라도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일본보다 안전할까요? 이 무서운 사태에 대하여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정부가? 한전의 사장님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며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일본에서도, 구소련에서도 그랬습니다.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주민들을 방치해두었습니다.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인접한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양, 대기, 물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농수산물에서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기준치 이하이니 안전하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우리 정부는 일본이 주춤하는 사이에 원전을 더욱 확대하고 수출까지 하는 원전 르네상스를 이룩해야 한다고 신규원전을 건설할 계획으로 분주합니다. 이것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까?

제가 보기에 핵발전소 건설이나 한미 FTA나 그 본질은 똑같이 계속해서 ‘경제성장’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경제성장이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이고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경제성장’은 1퍼센트도 안 되는, 권력과 부를 이미 너무 많이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성장’일뿐 나머지 99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강요하는 ‘성장’입니다. 그리고 치러야 할 대가는 자기 땅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비참하게 쫓겨나는 것입니다. FTA로 인해 농사를 포기하게 되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 때문에 농사를 못 짓게 되어 자기 땅에서 쫓겨나는 것은 똑같은 것이고 그 원인도 동일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우리는 쫓겨나도 갈 곳이 없습니다.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 안전한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러한 사태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원전을 멈추라고, 자유무역을 축소, 폐기하라고, 효과적으로 발언하고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자유무역과 원전 확대정책을 자립적이고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녹색당을 기필코 창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녹색당을 창당해서, 내년 4월 11일 총선에서 녹색당이 3퍼센트 이상의 표를 얻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국회에 보내야만 합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 시도에서 각각 1,000명씩 5,000명의 당원이 확보되어야 녹색당이 건설될 수 있고 내년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충남에서는 12월 15일 현재 130명이 발기인으로 서명해주셨습니다. 이 절박한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실천이 무엇이겠습니까? 탈핵과 탈자유무역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발기인 130명이 각각 10명씩 우리의 이웃, 친지, 친구들을 설득하여 녹색당에 참여하여 당원으로서 한 달에 3,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고 내년 4월 11일 총선에서 녹색당에 표를 찍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각자의 인생에 큰 희생과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끔찍한 사태를 막고자 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기막힌 사태를 생각하면 저는 새벽마다 잠이 깨어 탄식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우리는 부모로서 지켜내야 합니다. 이런 기막힌 세상을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겠습니까? 한 사람의 이름 없는 농부가 당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년 1월 말까지 각각 열 명의 당원을 만들어서 충남 녹색당이 창당되도록 힘껏 노력해보자고 말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럼 내년, 2012년 1월 7일 오후 2시, 충남 홍성의 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열리는 충남 녹색당 발기인대회에서 뵙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1년 12월 16일


충남 홍성 농민 장길섭 올림